롱테일 경제
- 모디북스

- 2019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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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동네에서 음반 가게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히트 가요와 팝송은 음반 가게에서 사는 것이 당연했고 길거리에도 불법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는(일명 길보드 차트) 리어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MP3가 등장하면서 음반가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으며 이제 음악은 MP3도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상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음반의 유통 형태가 달라지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흔히 말하는 밀리언셀러(100만 장 이상 판매)는 1990년대에 일 년에 한두 번씩 등장하던 것이 2002년 이후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음반 산업의 규모도 MP3가 등장한 2000년대 이후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1년에 20만 장 이상 팔리는 음반도 드물다.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음악 산업이 재편되면서 시장 생태계 역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먼저, 인기 가수 위주의 음반이 전체 시장을 이끌어 오던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좀 더 많은 수의 음반이 고른 판매량을 보이기 시작했다. 즉, 파레토 법칙으로 대변되던 80/20의 법칙(상위 20%가 시장의 80%를 점유한다는 이론)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이러한 변화가 점차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인인 크리스 앤더슨은 이한 현상을 '롱테일(long-tail)'이라고 칭하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디지털 기술의 혁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며, 앞으로 시장은 긴 꼬리(Long-tail)가 지배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롱테일 개념을 처음 세상에 소개한 '롱테일 경제학'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출간된 당시 롱테일 개념은 새로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롱테일은 개념 차원의 이야기일 뿐 여전히 수익은 소수의 인기상품에서 나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1) 또한, 롱테일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시장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롱테일 현상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일반 상품 시장에서도 점차 확산하는 추세이다. 물론 긴 꼬리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수익성이 높아졌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논쟁거리긴 하다.
롱테일 경제학은 이미 일반 대중도 흔하게 알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디지털 기술은 확연하게 발전했으며 롱테일의 동인은 더욱 강력해졌다. 디지털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전통적인 생산, 물류, 유통 등의 오프라인 시장도 3D 프린팅,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힘입어 빠르게 디지털 기반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원래 경제학 이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기적으로 급격한 패러다임 교체를 겪어 왔다. 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케인스의 경제 이론,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경제학 이론 등이 대표적인 경제 패러다임이며 시대에 변화에 따라 주류 경제학 이론은 바뀌어 왔다. '롱테일 경제학'의 주장이 앞으로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롱테일' 만큼 디지털 기반의 경제를 잘 설명하고 있는 대안도 드물다. 앞으로 롱테일 경제학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1) "The Long Tail Debate: A Response to Chris Anderson"(https://hbr.org/2008/07/the-long-tail-debate-a-resp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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