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회계 004] 회계의 기원

회계의 기원

무엇이든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배울 때에는 그 분야의 지식이 왜 생겨났고 관련한 개념과 내용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새로 접한 지식의 체계적인 구조와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 근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도 마찬가지이다. 회계를 처음 배울 때 회계가 생겨난 배경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면 현대 회계가 왜 이런 모습을 갖추었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회계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 처음 나타났을까? 회계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많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회계가 인류 문명과 함께 탄생해 발전해 왔다고 여기고 있다. 물론 선사 시대에도 인류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도구, 표식 등을 셈하는 데 이용하고는 했다. 아주 오래전 수렵과 채집 중심의 유목 생활을 하던 시기 사냥한 동물이나 채취한 음식물을 관리하고 부족 구성원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는 물건을 셈하고 가치를 매겨야 했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돌멩이나, 동물 뼈와 같은 '물표(=물건으로 하는 표식)'를 셈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과 지식이 쌓이기 시작하자 나중에는 진흙에 표식을 남겨 불로 구워 단단히 만드는 방식을 개발했다.

인류가 남긴 회계 기록은 여러 고대 유물로 나타나고 있다. 고고학자들 발굴한 선사 시대의 유물에는 노예나 가축, 토지 등을 빌려주거나 서로 거래한 기록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등 선사시대 유적지에서는 쐐기 형태의 문양이 새겨진 점토판이 발굴되는데, 기원전 70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점토판의 내용을 해독했더니 거기에는 곡물의 생산량과 보관량을 나타내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고대 바빌론, 아시리아, 수메르 지역의 유적에도 비슷한 유물들이 발굴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어떤 물건을 다른 물건과 특정 비율로 주고받은 내용이나 작물과 가축이 계절마다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선사 시대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계절에 따라 작물을 얼마만큼 심을지, 가축을 얼마나 많이 길러야 할지를 결정하는데 이렇게 점토판 등에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수메르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

문명의 시작과 회계의 발전

인류가 농경 사회로 진입하고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보유한 재산을 파악하고 물건을 교환할 때 셈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졌다.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 문명 시대에는 큰 강 유역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도시국가가 성장하면서 국가 간의 교역도 증가했다. 당시 사람들은 교역과 사유재산의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국가가 형성되면서 세금을 징수하고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 거둔 세금을 사용하는 데에도 세금과 관련된 사항을 기록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일각에서는 문자가 회계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발명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시에 회계 정보를 기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회계의 기원은 인류가 처음 등장한 시기이며, 이후에도 회계는 인류 문명의 태동과 함께 탄생하여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사 시대, 문명 시대는 물론 근현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회계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만 변화해 왔을 뿐 인류의 삶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기록한다는 회계의 근본 목적과 기능은 변함이 없다. 회계는 인류가 경제 활동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났으며, 사회가 발전하면서 더 많은 회계 정보가 필요하게 되자 여기에 맞춰 함께 발전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