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회책임투자(SRI)
- 모디북스

- 201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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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 창출에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기업의 이익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며, 이익에는 선악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담배, 술, 카지노(도박)와 같이 많은 이익을 낼수록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일반적인 기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환경에 어느 정도는 나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고 또 수익을 거두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물음을 가질 수 있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는 이를 돕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인 이익보다는 사회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바로 그것이다. SRI는 투자의사결정에서 재무적 요소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비재무적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에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인권 보호 및 인력 관리 수준, 노사 관계, 환경 경영 수준과 위험도, 지역사회 공헌, 소비자 관계 등을 아우른다.
SRI는 군수, 담배, 도박 산업 등 종교적인 신념을 벗어나는 기업에 투자 하기를 거부하는 미국의 감리교 신자들이 1971년 설립한 ‘팍스 월드 펀드(Pax World Funds)’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1980년대를 지나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나타나자 사회책임투자는 기업 윤리의 범주를 벗어나 환경, 사회 부문으로 확대된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SRI는 기업가치평가, 주식투자 등 여러 영역에서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SRI가 재무적 이익을 등한시하며 결과적으로 투자가 지속되기 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해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바로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라는 말로 SRI를 비판한 바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면 납세액과 고용이 늘어나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결국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지로 귀결된다. 2007년 미국 벤틀리 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어(Rajendra Sisodia)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 Firms of Endearment>을 출간하며 실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소디어 교수는 전문가, 교수 및 학생, 소비자 등 수천 명을 대상으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높은 순위가 매겨진 기업의 수익률을 조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S&P500과 짐 콜린스(Jim Collins)가 말한 ‘위대한 기업’과 비교했더니 무려 8배 이상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수익률도 다른 기업보다 높다는 것이다.
최근 위안부 및 강제징용과 관련된 일본 기업이 한국 소비자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는 사례나 일부 재벌 2~3세들의 일탈로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폭락하는 사례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점차 기업 가치에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업 가치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CSR 활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의 주식시장에서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와 같은 SRI 관련 지수가 발표되고 있고, 기업가치평가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SRI 펀드가 결성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여러 기업에 투자되고 있으며, 수익률 역시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책임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자본시장 참여자의 인식의 전환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앞으로 사회책임투자 분야의 큰 성장이 예상된다. 사회책임투자가 더욱 활발해지면 기업들은 CSR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이에 따라 사회적 성과를 거두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이 사회혁신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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