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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진화, 공유가치창출(CSV)의 시대

경영학 교과서를 보면 대부분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윤 창출" 혹은 "주주 가치의 극대화"로 설명하고 있다. 과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에만 있는 것일까? 경영학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실제 기업은 그동안 이익 추구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아 경영활동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기업은 환경오염과 인권, 노동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 발생에 대응하기에는 재정의 제약과 효율성, 효과성 등의 문제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는 없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와 FSG의 공동창업자 마크 크레이머는 한 편의 논문1)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이하 CSV)의 개념이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요구도 충족하는 것이 현대 기업의 사명"이라는 관점에서 CSV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CSV를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는 '더블 바텀 라인'과 동일한 관점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전략적으로 균형 있게 다뤄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sibility , 이하 CSR)과 어떻게 다른가. 포터는 이에 대해 "CSR은 단순히 기업이 선한 일을 하는 것이라면, CSV는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편익을 전략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 중 하나"라고 답변한다.



CSR과 CSV의 차이
CSR과 CSV의 차이 (출처: Porter, M. E., & Kramer, M. R. (2011). The Big Idea: Creating Shared Value. How to reinvent capitalism—and unleash a wave of innovation and growth. Harvard Business Review, 89(1–2), 1–17.)

포터는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은 세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자고 주장했다. 첫째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품이나 빈곤을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 에너지 절약을 도와주는 가전제품, 1회 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생필품 등의 예시와 같이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로 사회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는 기업의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공유가치를 기준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창출하는 주 활동인 내부 물류, 제조 및 생산, 외부 물류, 마케팅과 영업, 서비스 활동의 생산성을 재무적인 관점에서 비용 절감과 이익 증대를 기준으로 정의한다. 이를 가치사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수자원의 절약, 인권과 노동, 건강 및 안전 등 사회적 가치를 증대하는 것을 기준으로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이 위치한 지역이나 주요 고객이 위치한 지역 사회에 여러 사회적 요구를 기업이 충족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일종의 승수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기업은 지역 사회에 공장이나 지점을 설립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 증가로 활성화된 지역 경제는 다시 기업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예로 들 수 있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자신의 논문에서 기업이 CSV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여러 글로벌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세 가지 방법의 실행으로 가능하며, 세 방법을 연계할 때 더 효과가 크다고도 말한다.


약 150년 전 마르크스는 자본의 축적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로 결국 세계는 파국을 맞을 것을 예견한 바 있다. 다행히 자본주의는 살아남았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CSV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포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CSV를 통해 정부의 개입과 자유시장경제의 대립 관계를 벗어나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흐려진, 스스로 지속 가능한 진화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기업 부문과 사회적 영역의 관계 변천사
기업 부문과 사회적 영역의 관계 변천사 (출처: 후지이 다케시 (2016). CSV 이노베이션. 한언. p.27.)

마이클 포터는 본래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쟁 우위 전략을 주장해왔다. 그런 그마저 이제는 기업이 단순한 이익 추구에서 벗어나 공유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터마저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경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CSV,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1) Porter, M. E., & Kramer, M. R. (2011). The Big Idea: Creating Shared Value. How to reinvent capitalism—and unleash a wave of innovation and growth. Harvard Business Review, 89(1–2),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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