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경영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연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통계학을 활용한 연구다. 통계학적 연구는 경영 현상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경영학 연구의 주류이다. 다른 하나는 사례 연구(Case Study) 방법이다. 사례(Case)란 특정한 개체나 집단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경영학에서 사례 연구는 특정 기업이나 조직, 개인, 제품 등을 대상으로 행하는 정성적인 연구이다.

사례 연구는 통계학적 연구보다 자료의 수가 적어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사례연구를 간혹 저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적인 이론이나 진리로 여겨지는 원칙들은 대부분 특정 사건에 대한 관찰로 발견되었다.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다양한 자연현상을 관찰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으며, 에디슨도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일만 한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여 발명왕이 될 수 있었다.

일본 와세다 대학의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가 쓴 '왜 케이스 스터디 인가'는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실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사례 연구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이노우에 교수는 이 책에서 미국 경영학회가 선정한 최우수 논문 중 사례 연구로 쓰인 논문 다섯 편을 소개하며, 사례 연구의 개념적 기초와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세계적인 학술 연구에서 활용된 사례 연구를 실무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내고 있다.

원래 이 책의 원제는 <블랙스완의 경영학(ブラックスワン の經營學)>이다. 블랙 스완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검은 백조를 말한다. "블랙 스완(Black Swan)"은 레바논 출신의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2006년에 쓴 책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블랙 스완은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자 흰색의 백조만 있는 줄 알았던 통념이 무너진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통계에서는 수집된 자료 중 일반적인 범위를 많이 벗어나는 자료는 이상치(아웃라이어:Outlier)로 생각하고 분석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치는 종종 현실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자연재해나 금융위기 등이 이상치의 좋은 예이다. 반면, 사례 연구에서는 이상치를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치는 사례 연구에 직접적인 연구 대상이 된다. 기존의 이론이나 상식과 다른 현상에 대해 '왜?'를 밝혀내는 것이 사례 연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표> 통계학적 연구 VS 케이스 스터디

구분	통계학적 연구	케이스 스터디
대상의 선정 방법	무작위 추출	목표를 세우고 선정
대상의 수	많은 수 필요	수가 적어도 괜찮음
인과 관계	규명하기 어려움	규명하기
일반화	일반화하기 쉬움	일반화하기 어려움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은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널리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물론 통계학적 연구 방법은 경영학 연구에 필수 불가결하다. 다만, 각 연구방법론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사례 연구와 함께 사용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관찰의 힘, 분석의 힘을 기르기 위한 사례 연구 입문서,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